[남도로 떠나는 농촌여행] 경남 남해 홍현마을작성일 | 2019-09-23
물고기 잡고, 계단식 논 둘러보고
경남 남해 홍현마을
남해군에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어업과 농업이 이루어지는 곳들이 있다. 석방렴, 죽방렴이 있고 국가명승지로 지정된 계단식 논도 꼽을 수 있다. 남해군의 홍현마을은 그 중에서도 원시 어업인 석방렴으로 유명한 곳이다.
홍현마을의 석방렴 (사진: 홍현마을 제공)
대나무 등으로 만든 죽방렴은 같은 남해 섬 마을 등에서 볼 수 있는데 석방렴과 마찬가지로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석방렴은 원시적 어로시설의 하나로 바다의 일부를 돌담으로 막아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다. ‘개막이’, ‘돌발’, ‘독살’ 등으로 불리기도 하며 주로 경상도, 전라도의 남도 연안에서 연근해의 얕은 바다에 사는 멸치, 농어, 망상어, 숭어, 전어 같은 어종을 잡기 위해 설치해 왔다. 이 방법의 핵심은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하는 것인데, 바다에 반원형 등으로 돌담을 쌓아 만들고 밀물 때 돌담을 넘어 안으로 들어왔다가 썰물 때 나가지 못한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고기를 잡을 때 보통 통발을 이용하거나 뜰채, 반두를 이용하기도 한다.
마을 인근 길가에 석방렴을 알리는 커다란 표지가 세워져 있다.
석방렴 너머로 앵강만이 보인다.
해산물이 풍부한 청정 지역
홍현마을은 해라우지 마을로도 불린다. 옛날부터 전복, 소라, 해삼, 멍게, 문어들이 자생하는 청정해역으로 알려져 있다. 돌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살려 약 200년 전 앵강만에서 최초로 석방렴을 축조해 어로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거 석방렴의 모습은 1959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사라로 인해 모두 유실됐다. 현재 석방렴은 2007년에 경상남도와 남해군의 지원을 받아 옛날 그 장소에 자연 친화형으로 복원 축조한 것이다. 홍현마을에서는 옛 전통을 살려 석방렴의 붕괴 방지와 풍어기원을 위해 ‘석방렴 지신밟기’를 하는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꿈을 이루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면 사랑을 이룬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좌)사리 때 물이 빠진 석방렴에서 물고기를 잡는 체험이 가능하다. (사진: 홍현마을 제공) (우) 만조 때 석방렴이 물에 잠긴 모습.
석방렴 지신밟기를 하면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꿈을 이루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면 사랑을 이룬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신라 시대부터 오랜 역사, 전해지는 설화도 다양해
홍현마을은 약 1300여년 전인 신라시대부터 사람이 살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주 옛날에는 바다에 소라가 많이 자생하여 라라(螺羅) 또는 물직리(岉直里) – 물지기 – 무지기 등으로 불리어 오다가 1895년 전국행정구역 개편 시 마을 뒤 소흘산과 도성산이 무지개 형상이라 하여 무지개 홍(虹), 재 현(峴)을 따서 지금의 홍현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좌)홍현마을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면 석방렴을 발견할 수 있다. (우) 홍현마을의 유래를 마을입구에 설명해 놓았다.
마을에는 이러한 이름의 유래에 깃든 이야기가 전해진다.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홍이와 현이의 이야기’로 불린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옛날에 홍이라는 처녀와 현이라는 총각이 살았는데 현이 총각은 이웃에 사는 홍이 처녀를 몹시도 사모했다. 둘이 처음 만난 것은 어느 봄날 바닷가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면서였다. 한 눈에 홍이 처녀에게 반한 현이 총각은 그녀에게 다가가 오늘 밤 폭포 앞에서 만나자고 귀띔을 하였다. 마지 못한 척 폭포로 간 홍이 처녀에게 현이 총각은 사랑을 고백했고 그렇게 현이는 홍이의 남진아비(남편을 뜻하는 옛말)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한편, 홍현마을 입구에는 300년 된 모과나무가 동목(洞木)으로 마을을 지키고 있다. 해마다 시월보름 마을 수호신(산신, 지신, 용왕신)에게 마을의 안녕과 풍작,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를 모신다. 제사 7일 전부터 대문과 밥 무덤에 금줄을 치며 부정을 방지했다고 한다. 홍현마을의 밥 무덤은 약 600년 전 임진왜란 때부터 모셔왔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농경지가 협소한 마을로 쌀의 중요성이 신앙화되어 토테미즘적 밥 무덤이 전승돼 왔다고 추정하고 있다.
마을에는 해풍을 막는 방풍림이 조성되어 있고 그 뒤에서 논농사를 짓고 있다.
맨손으로 물고기 잡는 석방렴 원시어로 체험
홍현마을은 석방렴 체험과 생태 체험이 주요 체험활동으로 진행된다. 석방렴 물고기 잡이 체험은 보통 4월부터 10월까지 물 때를 맞추어 진행을 한다. 조석간만의 차가 커지는 사리를 기준으로 해서 수위가 낮아지는 6물에서 10물 사이에 진행을 하는데 이곳은 여수와 가까워서 여수의 물 때를 기준으로 한다.
체험 하루 전에 마을에서는 석방렴에 그물을 설치해서 물고기를 가둘 준비를 한다. 보통 물이 빠지기 2시간 전에 체험을 시작한다. 먼저 체험 참가자들이 모인 가운데 물고기를 석방렴 안에 풀어놓는 의식을 같이 진행한다. 풀어놓는 물고기의 양은 50명 기준 100여 마리다. 1인당 2마리 분량으로 체험에 참가한 사람이면 한두 마리씩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양이다.
석방렴 체험에서는 뜰채 등을 가지고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사진: 홍현마을 제공)
물이 빠질 때면 석방렴의 수위가 낮아져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때 뜰 채나 맨손을 이용해서 물고기를 잡는다. 물 속의 물고기를 잡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기도 하고 뜰채로 잡기도 하는 등 체험 시간에는 여기저기서 탄성과 함께 탄식도 같이 나온다. 잡은 물고기는 행사 후 바로 회를 떠주거나 구워준다.
참고할 사항은 홍현마을의 석방렴 체험은 보통 50명 이상이 모였을 때 진행되는 단체 체험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앞서 말한 것처럼 물때가 맞아야 제대로 체험할 수 있어서 생각보다 자주 체험이 이루어지지 않는 단점이 있다. 석방렴 체험을 원한다면 전화예약은 필수, 예약 시에는 체험비를 내지 않고 체험행사가 확정된 후 체험비를 받는다.
석방렴 체험이 직접 물고기를 잡는 것이라면, 석방렴 생태 체험은 석방렴 안에 사는 작은 생물들, 해초류 등을 직접 살펴보고 잡아보는 체험 활동이다. 마을에는 2개의 석방렴이 있는데 큰 석방렴에서는 물고기 잡기 등을 진행하고 작은 석방렴에서는 생태체험을 진행한다. 그 외에 마을에 많이 있는 소라껍데기와 전복껍데기를 이용해 다육식물 화분 만들기 체험도 같이 진행한다.
홍현마을의 특산물인 소라와 전복의 껍데기로 화분을 만든다.
홍현마을 인근에는 국가명승지로 지정된 가천 다랭이마을도 있다. 자동차로 5분여를 가면 만나는 이곳 산비탈에 계단식 논이 만들어진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마을을 거쳐 바다 옆으로 난 해안도로로 드라이브하는 것도 추천한다.
홍현마을에서 5분정도 차로 이동하면 국가명승지인 다랭이마을이 나온다.
미니인터뷰
“바다 공동체에서 삶을 나누던 홍현마을에서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이광석 사무장
2012년부터 일해 온 이광석 사무장은 남해군 출신이다. 태어난 고향 마을은 아니지만 남해에서 오랜 세월을 살았고 일해 왔기에 남해 체험마을 사정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홍현마을 석방렴에 깃든 독특한 지역 유래를 설명하는 그에게 남다른 애정이 느껴진다.
“석방렴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물고기를 많이 잡기 위한 방법이 아니었어요. 마을에서 잔치가 있을 때, 혹은 공동으로 사용해야 할 물고기를 잡기 위해 만든 것이죠. 많이 잡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같이 잡아서 나누는 공동체 정신이 ‘석방렴 속에 담긴 정신’이에요.”
홍현마을에서는 소라와 전복이 많이 잡혀 제사상에는 필히 올라간다. 이 사무장은 이를 활용해 소라껍데기를 이용한 소라 화분 만들기 등을 계획했다. 지금은 마을의 독특한 체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홍현마을 체험관의 전경
석방렴 체험 시 물고기 마리 수도 철저히 모두가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계획 하에서 정해졌다. 체험 객의 눈 앞에서 물고기를 방류하고, 어종도 알려준다. 그러는 사이 자연스레 기대감은 높아진다.
“물고기 마리 수는 예약 인원수가 확정되면 그에 따라 맞춤으로 정해집니다. 체험비의 40% 정도가 물고기 구입, 준비 비용으로 사용될 정도로 품질도 우수해요. 여기에 참돔이나 숭어 같은 큰 생선을 이벤트처럼 넣으면 사람들의 기대감은 절정에 달하죠. 그럼에도 물론 한 마리도 못 잡은 분도 있어요. 그럴 때면 따로 모아놓은 고기를 나누어주기도 해요. 체험비에 물고기 구이나 회를 맛보는 비용도 포함이 돼 있으니까요.”
이러한 체험 프로그램은 이 사무장을 비롯해 6명이 한 팀으로 진행한다. 전날 그물을 치고, 물고기를 옮겨 풀고 다시 회와 생선구이를 내오는 일이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체험객들의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면 힘 드는 줄 모른다.
“최근에 마을 홈페이지를 개편하는 중이라 예약은 전화로 받고 있어요. 석방렴 체험의 경우 날짜를 공지하고 예약을 받는 것이 불편한 상태죠. 최소 인원이 미달하거나 날씨 문제로 행사가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아쉬움이 있어요. 하지만 홈페이지가 개편되면 인터넷 상으로 공지와 예약 접수가 가능해지니 이런 문제는 곧 해결될 거예요.”
이 사무장은 향후 개편된 홈페이지를 통해 1년 계획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현마을의 석방렴 체험은 향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홍현마을 정보
위치: 경남 남해군 남면 남면로 353번길 47
마을 홈페이지: 현재 작업 중으로 연결되지 않음 (haerawoogi.co.kr)
문의: 055-863-5885, 010-7479-5885(사무장)
주요 체험: 석방렴 체험
찾아가는 길: 대전-통영간고속도로 진주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 사천IC에서 나와 국도3번 사천시(삼천포항) 창선·삼천포대교지나 우회전하여 지방도 1024번을 따라가다 신전삼거리를 지나 남면로 353번길 진입하면 홍현해라우지 마을에 도착한다.
서울에서는 남해고속도로 하동IC를 나와 19번 국도를 따라서 노량대교를 건너 남해대로를 가다 보면 신전삼거리를 지나 남면로 353번길 진입하면 홍현해라우지 마을에 도착한다.
출처: 한국농어촌공사 웰촌
글·사진 권기정, 홍현마을 제공
*위 정보는 2019년 8월에 작성된 것으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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