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하면 곰탕, 신의주 하면 순대국이 연상된다. 이처럼 ‘순창’이라는 지역명을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고추장.’ 동네 가까운 슈퍼에 가서도 순창고추장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순창고추장이란 말은 우리 삶 속에 마치 고유명사처럼 자리 잡았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정말로 순창에서는 고추장이 얼마나 유명할지, 왜 고추장이 유명해졌으며, 실제로 순창고추장이 유난히 맛있는지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직접 전북에 위치한 순창고추장마을에 찾아간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이 마을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이 워낙 짙어 노을처럼 익은 그 날의 기억을 지금 소개한다. 순창고추장마을 앞에 섰을 때, 마을이 생각보다 잘 갖춰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 갈림길로 나뉘어 전통음식체험장, 식당, 족구장, 그리고 하루를 머물 수 있는 숙소까지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회문산 자락에 자리 잡은 마을치곤 생각보다 노후화된 느낌도 없었다. 아마 오랜 역사 속에 전통을 지키며 있었던 마을이기 때문일 것이다. ▲ 아름다운 마을의 전경 순창고추장마을엔 입구에서부터 수많은 장독대가 놓여있다. 전시용인 줄 알았는데, 사무장님이 말씀하시길 “모든 장독대 안에 갖가지 장이 익어가고 있답니다.”라고 하신다. 그 규모가 생각보다 어마어마했다. 마을 주민들이 평생 먹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이다. 내 것도 아닌데 괜히 풍요로워진 마음이 들어 미소를 짓게 된다.  입구에 들어서면 여러 갈래로 나뉘는 길이 나온다. 가장 먼저 찾아갈 곳은 전통음식 체험장이다. 이곳에선 ‘발효음식체험’을 할 수 있다. 순창 전통 고추장 체험, 즉석 떡볶이 체험, 발효 항아리 체험 등이 있다. 순창고추장 맛이 살아있는 즉석 떡볶이 만들기 떡볶이 체험 ▲ 잘 익은 빨간 고추장에 아이들도 신이나서 떡볶이 소스를 만드는데 열중이다 오랜 시간 달려온 탓에 허기가 질 때였다. 사무장님은 내 마음을 읽으셨는지, 가장 먼저 떡볶이 체험을 권유하셨다. 떡볶이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금방 준비해주셨다. 떡, 어묵, 파, 조미료, 그리고 순창고추장까지. 그때까진 순창고추장의 위력을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사무장님께서 아마 지금까지 살면서 먹어본 떡볶이 중에 맛이 가장 일품일 거라고 하셨다. 속으로 ‘그래도 떡볶이는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닌가?’하는 마음이 들었다. 요즘은 분식집이 너무나 많이 생겨서 그 맛도 상향평준화가 됐을뿐더러, 만들기 어렵지 않은 음식이라 그랬다. ▲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즈까지 곁들이면 맛있는 수제 떡볶이 완성 그러나 이곳에서 직접 만들고, 오랜 기간 숙성 끝에 나온 고추장의 맛은 확연히 달랐다. 그냥 손으로 찍어 먹어봤을 때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물에 소스를 풀고 자글자글 떡과 함께 익어가니 풍미가 제대로 살았다. 매콤하면서, 또 달콤하면서 얼큰한 맛까지 난다.  체험장에선 아이들도 그렇지만 어른들에게 인기가 정말 많았다. ‘떡볶이에서 고추장이 엄청 중요한 재료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달까?  눈 깜빡할 사이에 냄비 채로 비워냈다. 주위를 둘러보니 마찬가지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부른 배를 통통치며 의자에 힘겹게 걸터앉아 있는 모습들이 너무 보기 좋았다.  맛있는 떡볶이로 배꼽시계를 충전했으니 다음 장소로 이동할 차례다. 지금은 김장철, 김치를 담가보자! 김장 김치 체험 ▲ 통통한 장독대를 열어 김장을 위한 각종 장들을 꺼내 본다 마침 11월의 중턱이다. 김장김치 체험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뻤다. 평소 전라도 김치를 굉장히 선호하고, 맛있는 김치를 직접 담그고 가져갈 수 있어 아주 좋았다. 마을에선 김치를 담그기 위한 모든 재료를 직접 준비해주신다. 친환경으로 재배하여 알이 꽉 찬 배추와 일 년 내 곰삭은 젓갈, 마을에서 나고 자란 고추와 갖가지 양념류까지 모두 이곳에서 한 해 동안 준비된다. 믿을 수 있는 재료로 직접 담글 수 있는 김장체험은 건강함과 맛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빨갛게 익은 김치를 가득 챙겨 돌아갈 땐 짐이 무거워졌지만, 마음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전주하면 비빔밥~ 비빔밥 하면 순창고추장 순창 고추장 소개 ▲ 줄지어 서있는 장독대들이 장관을 이룬다 전주에 방문하면 무조건 전주비빔밥을 먹어야 한다. 그만큼 유명하고, 오래도록 이어진 전통음식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나물을 비벼 먹는 방식과 맛이 한국인에게 딱 맞아 인기가 좋은 것도 있다. 어쨌든 순창고추장마을에서도 전주비빔밥을 맛볼 수 있었다. 체험 겸 식사인 셈이다. 직접 저녁을 해결할 수 있어 뜻깊었다. ▲ 매콤함과 달콤함의 조화가 절묘한 순창 고추장 로컬푸드 운동에 맞춰 이곳에서 재배하거나 회문산에서 자생하는 산나물과 채소가 비빔밥에 들어간다. 영양소가 풍부하고, 매콤하며 감칠맛이 나는 비빔밥도 인생식사가 되어버렸다. 매운 걸 못 먹더라도 기호에 따라 고추장을 조절하니 모두 맛있게 먹는다. 평소 나물을 싫어한다는 아이도 오늘만큼은 맛있게 먹고, 엄마에게 빈 그릇을 보이며 해맑게 웃는다. 저무는 노을처럼 따뜻하고 풍요롭게 익어가는 저녁이다. ▲ 마을의 청결하고 단정한 체험장 모습 내일 아침엔 마을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려 한다. 순창고추장 시원지인 만일사와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메타세쿼이아 길까지, 주변에 생각보다 유명한 스팟이 많다. 순창고추장익는 마을에 들렀다면 주변 관광지까지 꼭 함께 둘러보길 바란다. 회문산 자락 안, 짙은 밤 맑은 공기 속에서 깊게 숨을 들이마시니 스르르 눈이 감긴다. [여행 TIP] [마을정보] 마을 주소 : 전북 순창군 구림면 산내길 38 전화 문의 : 063-653-7117 / 010-9015-7881 홈페이지 : www.gochujangvillage.com ​ 오시는 길 : [대중교통] 서울고속버스터미널(경부영동선), 8번 출구까지 도보 250m → 3호선 고속터미널역 승차, 10개 역 이동 → 수서역 하차, 4번 출구에서 도보 456m 이동 → SRT 수서역 승차, 익산역 하차 → KTX 익산역 승차, 남원역 하차 → 도보 188m, 남원역 5-133 승차 → 10개 정류장 이동 → 시외터미널 하차, 도보 145m →  남원공용버스터미널 승차, 순창공용버스터미널 하차 → 도보 24m → 순창공용버스정류장 농어촌 승차 → 13개 정류장 이동 → 금천 하차 → 도보 1.5km → 순창고추장익는마을 ​ [자가용] 경부고속도로(86.3km) → 논산천안고속도로(82.7km) → 모악로(31.7km) → 순창고추장익는마을 ​ 윤민 기자  인터넷신문 뉴스피크 문화부장  ‘타박타박 부여 나긋나긋 사비’ 저자(공동)  ‘시간풍경 도시여행’ 저자(공동)  rambler413@gmail.com  *위 정보는 2020년 11월에 작성된 것으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사진, 텍스트,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해당마을 및 한국농어촌공사에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